[반병희컬럼] 여수 한상대회에서 본 남북 경제교류 퇴조의 우려
[반병희컬럼] 여수 한상대회에서 본 남북 경제교류 퇴조의 우려
  • 반병희기자
  • 승인 2019.10.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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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컬럼]

한반도 남쪽 끝자락인 전라남도 여수시에서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전세계에 흩어져서 활동하는 한인 교포 사업가와 정.관.재계 인사 등 4000여명이 참여하는 세계한상대회가 열렸다. 올해로 18회째인 이번 한상대회의 공식 개회식은 22일 오후였지만 앞서 하루 전인 21일 저녁에는 한상들이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유람선을 타고 지역 정관계 인사나 상공인들과 교류를 하는 선상 CEO네트워킹 만찬이 열렸다.
이번 한상대회의 슬로건은 `한상과 함께, 새로운 100년`이었다. 자연히 미래 100년과 관련해 `개성공단과 평화경제의 미래`, `신남방 정책에 발맞춘 무역 다변화의 길` 등이 논의 주제로 잡힌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막을 올린 개회식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한상들에게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 장관은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대한민국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향해 나가고 있다”면서 “한상들이 세계를 무대로 길러온 네트워크 역량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국민과 같이 지혜를 모으면 반드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한상들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의 선봉에 서달라는 주문이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 무역분쟁과 안보갈등과 관련해 남북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평화경제’라는 담론을 꺼내 든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로 해석될만한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22일에 한상대회 개회식 메시지를 전하기에 앞서 국회를 찾아 평화경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 핵심은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잘 넘기자”는 것이었다.
이번 한상대회에서 열린 강연들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결을 같이 한다. 한일 무역분쟁과 안보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 와중에 한상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진홍 광주과학기술원 다산특훈교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이 나서 한일갈등의 전망과 해법, 과제 등을 제시했다. 한반도 신경제-개성공단, 신남방 무역 등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세미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반도 신新)경제-개성공단 토론세션에서는 남북관계 전망과 개성공단의 평화적·경제적 가치, 개성공단 미래산업 등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같이 많은 얘기들이 남쪽에서 나온 것과 달리 북쪽에서는 23일 바로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남북경협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잘못된 정책”이라며 “보기만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 발언 하루 전인 22일 국회와 여수 한상대회에서 잇달아 메시지를 내놓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머쓱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한상대회가 이전 대회에 비해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여수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을 줄 비즈니스 상담 프로그램이 개설됐다는 점이다. 전남과 여수시의 우수기업을 비롯한 250여 기관·업체가 참여한 기업전시회가 열려, 300여 개 부스에서 지역기업 우수제품 소개가 이뤄졌다. 한상 기업의 투자를 위해 `전라남도 투자유치 설명회,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도 펼쳐졌다. 청년채용 인턴십 현장면접이 열리기도 했다. 대회에 참석한 한상들 가운데 적잖은 수가 “고향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향토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한상대회 저변에 면면히 흐르는 것이긴 하지만 고국 경제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겠다는 한상들의 의지가 확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해 한상대회가 지난해 대회와 크게 달랐던 건 사실 남북경제교류를 바라보는 한상들의 시각이었다. 지난해 한상대회에서는 적잖은 한상들이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던데 비해 올해는 일부 발표 등에서 남북관계 진단과 분석, 전망이 나오기는 했지만 한상들 입에서는 직접 그런 얘기들이 나온 게 거의 없었다. 지난해의 경우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한상 운영위원회를 개성공단에서 여는 것을 검토했을 정도로 남북경제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에 비하면 올해는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시각이 싸늘했다. 그만큼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좋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간의 협상도 안개속이어서 한상들로서는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일부러 도발적 언행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23일 내놓은 발언은 지나쳤다. 남한측에서 건설한 해금강호텔, 고성항 골프장 등에 대해 가설막이나 격리병동 취급을 하고 싹 들어내 다시 건설해야겠다고 한 것은 현실성조차 떨어진다. 북측이 그렇게 제멋대로 외부에서 투자한 시설을 없애버린다고 하면 어떤 해외투자가가 건설에 나설까. 설사 우여곡절 끝에 건설이 됐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아는 이라면 외부인 누가 시설을 기꺼운 마음으로 이용하려 들까.
지난해 11월 15~18일 나흘간 해외동포 상공인 모임인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는 96명의 방문단을 꾸려 북한을 찾기도 했다. 당시 이들을 평양에서 맞은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는 한상 기업인들에게 대동강식료공장, 대동강맥주공장, 평양류원신발공장 등 여러 제조공장을 둘러보게 해주는 등 북한 경제상황을 인식시키려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북한은 노동유연성이 높아 야근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거나 양질의 노동력을 월 70~100달러에 저렴하게 쓸 수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더 나가 세금도 줄여주겠다며 한상들에게 투자유치를 원하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23일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노력을 단번에 무위로 돌린 셈이다.
북한이 아직도 그 때의 마음으로 내부 경제발전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전세계에서 한상들이 몰려오는 한상대회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러브콜을 보내는 게 필요했다. 그 반대로 한상대회가 열리고 있는 와중에 던진 김정은 위원장의 도발적 발언은 내심 조마조마하던 한상들의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이 그런 사정을 파악해 방향을 바꾸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한상은 물론이고 외부의 어떤 투자자로부터도 투자를 끌어들이기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해서도 북한 당국은 경협을 둘러싼 갈짓자 행보를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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